Saturday, December 6,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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前 유엔대사 오 준과의 만찬: 인생의 방향을 바꾼 1cm의 깨달음

오준 전 유엔대사 박경진 변호사

필자는 TV를 잘 보지 않는다. TV 보는 게 습관이 되어있지 않다. TV와 멀어진 이유는 필자가 14세쯤이었던 어느 날, 방학이라 친구들과 놀다가 집에 갔더니, TV가 사라지고 없었다. 당시, 참으로 황당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엄마, TV 어쨌는데?” 필자가 물었다. 엄마는 말했다. “갖다 버렸는데.” 이런 말을 들으면 요즘 어린이들은 이렇게 대답할 것이다. “헐~”

필자가 변호사가 되기까지 부모님은 단 한 번도 필자에게 공부하라고 강요한 적이 없다. 다만, 이렇게, TV를 내다 버리셨다.

TV가 사라진 후 첫 한두 달은 굉장히 힘들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지루해서 하루 종일 잠을 자보기도 했고, 멍하니 천장을 보며 누워있기도 했다. 그러다, 이렇게 시간을 낭비해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에, 책을 읽기 시작했다. 그때 읽었던 책들을 아직도 기억하는데, <이문열의 삼국지(10권)>, <이휘소>,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손자병법>, <동의보감> 등 이런 부류의 책들을 좋아했다.

중학생이 읽기에는 다소 어려운 책이었기는 하나, 장면 하나하나를 상상하면서 책을 읽다 보니 두뇌가 트레이닝되어 창의력과 시각화, 그리고 암기력이 이때 많이 계발된 듯하다. 그래서인가, 한번 본 것들은 머리에 다 기억하는 편인데, 로스쿨 시절에는 따로 공부를 한적은 없다. 자랑은 아니지만 학기가 시작하기 전 예습으로 독학을 한 후, 학기가 시작되면 강의를 듣고 노트 정리 한 번으로 만점을 받은 경우가 많았다.

아무튼, 강제인 듯 강제 아닌 강제적으로 TV와 멀어진 삶을 살아왔는데, 우연히, 북한 이야기를 다룬 <지금 만나러 갑니다>라는 프로그램을 알게 되었고, 지금까지 시청하는 유일한 방송이기도 하다. 북한과 탈북민에 대한 관심이 많은 편이었지만, 관심만 많았을 뿐 어떠한 액션을 취하지는 않았다. 소심하게, 세계 인권 단체인 국제앰네스티(Amnesty)를 통해 북한 인권을 위해 가끔 기부한 것 정도밖에.

그러던 중, <이제 만나러 갑니다> 469회에 前 유엔대사였던 오 준 대사님(現 세이브더칠드런 이사장)이 출연한 편을 시청하게 되었다. 오 준 前 유엔 대사님의 북한 인권에 관한 이야기를 들으며 인간의 존엄성과 인권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었고, 잘 성장하여 언젠가 이 분을 만날 수 있는 날이 있기를 바라며 하루하루를 살아왔다. 그러던 중, 필자가 자문위원으로 소속되어 있는 지구촌나눔운동 NGO 단체 행사에서 오 준 前 유엔 대사님과 함께 식사하게 되었고, 그 인연으로 얼마 전, 저녁 식사를 갖게 되었다. 국내와 해외 강연을 다니시면서 바쁜 와중에 시간을 내주신 것만으로도 큰 영광이었기에, 설레는 마음으로 꽃집에 들러 꽃을 산 후 약속 장소로 이동했다. 이렇게 들뜬 마음으로 콧노래를 부르며 약속 장소로 이동하는 것이 도대체 얼마 만인가 생각해보니.. 살면서 처음이었다. 행사 참석을 하기 위해, 예의를 갖추기 위해 산 꽃들과는 마음의 깊이가 달랐다.

약속 장소는, 오 준 前 유엔 대사님의 단골이기도 했고 이야기를 나누기에 좋은 일식집이었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그가 뱉는 한마디의 말을 놓치고 싶지 않아 귀를 쫑긋거리며 들었고 머리에 각인시켰다. 만남 후 줄곧, 오 준 前 유엔 대사님이 해주신 말을 곱씹어보았고, 필자가 앞으로 걸어가야 할 인생의 방향성을 잡아주신 것 같아 너무 감사한 마음이 들었고, 내 마음의 그릇이 1cm 넓어지는 기분이었다. 나름 마음의 그릇이 작지는 않다고 생각해 왔는데, 나만의 착각이었던 것 같기도 하다.

우리가 삶을 살아가면서 어떤 사람을 만나는가, 어떤 대화를 나누는가에 따라 그 사람의 인생이 바뀔 수 있다. 인생은 아이러니하게도, 곁에서 오래 머무는 사람이 나의 인생을 바꾸어 주는 것이 아니라, 우연한 기회에 닿은 인연과 만남이 인생의 결정적인 순간에 방향성을 제시하고 삶을 통째로 뒤바꿔 놓는 경우가 많다. 좋은 만남이 있는 곳, <귀인>을 만나고 싶다면, 평소에 좋은 이야기가 꽃피우는 곳, 좋은 기운이 가득한 곳, 긍정적인 에너지로 둘러싸인 곳으로 자신을 보내는 것이 좋다.

만약, 지금 알았던 것을 좀 더 일찍 알았더라면, 필요 없는 인연에 연연하지도 않았을 테고, 주파수가 맞지 않은 사람들과 인연을 유지하려고 애쓰며 시간과 감정을 낭비하지 않았을 텐데, 반평생 마음고생하면서 나에게 맞는 곳, 내가 있어야 할 곳, 내가 가야 할 곳을 이제야 알게 되었으니, 참으로 바보같이 살아온 것 같다.


작성: 박경진 변호사

한국철도공사 코레일(Korail) 자문위원, 기업 & 정부기관 용역사업 평가위원, 지구촌나눔운동 NGO 국제법률 전문위원, 한양대학교 창업지원단 멘토, 아마존전자책출판협회 이사장, 한국 AI 인테리어 공간협회 이사

아마존전자책출판협회
아마존전자책출판협회https://aepa.co.kr/
아마존전자책 출판협회는 디지털 출판 시대에 발맞춰 전자책 콘텐츠의 질적 향상과 작가들의 글로벌 진출을 지원하는 전문 단체입니다. 협회는 국내외 한글 & 영문 전자책을 기획·제작·유통하는 통합 서비스를 제공하며, 신진 작가부터 기성 작가에 이르기까지 브랜딩과 콘텐츠 경쟁력 강화를 통해 창작자들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돕고 있습니다. 또한, 우수한 작품을 선별하여 영미권을 비롯한 해외 시장에 수출함으로써 한국 콘텐츠의 세계화를 추진하고 있으며, 전자책 제작 표준화, 교육, 마케팅, 해외 출판 네트워크 구축 등 다양한 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아마존전자책출판협회 회원자격 및 안내: https://aepa.co.kr/member-jo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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